A fish walking through the forest

숲을 산책하는 물고기

난 우울할 때.. 숲길을 산책해.

안녕? 난 동가리야. 그 니모 물고기 맞아. 물론 바다 속에 살지.
물고기한테 다리가 어디 있냐고?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생물종이 있는데!
다리 달린 물고기 하나쯤 있을 수도 있지. 그런 사소한 문제는 제쳐두고,
너희 잘난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 거친 바다속 사회에서 일개 작은 물고기로
살아가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야. 머리가 복잡할 때면 나도 모르게 몸이 초록 숲으로 향하지.

바다에 숲이 어딨냐고?

거 참, 뭘 모르시는 말씀을 하시네!
육지 위 못지 않게 바다 속에도 아주 울창하고 멋있는 숲이 있다고.
오늘은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바다숲 산책코스를 알려주도록 할게.
인간들도 우울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숲속을 걷는다지?
원래는 무조건 비밀인데 말야, 너희는 올 일 없을 것 같아서.

이건 내가 주로 돌아다니는 구역의 숲길 지도야.
모두가 각자의 매력이 있지.
내가 제일 자주 가는 세 군데를 소개해줄테니 잘 들어봐.

육지 기분을 내려면 잘피공원이 딱이야.

잘피는 육지 식물처럼 꽃을 피우고 씨로 번식하는 해초류야. 깊지 않은 바다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기에 최고지. 잘피 잎 주변에는 아기 새우, 조개들이 많이 있어서 늘 시끌시끌하고 에너지가 넘쳐. 육지의 풀밭 공원과 별 다를게 없다니까!

사색이 필요할 때는 깊은 모자반숲에 가.

모자반 숲은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잠잠하다가 겨울부터 봄까지 빠르게 성장해서 아주 깊은 숲이 돼. 홀로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 무성한 모자반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그래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숲이야.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다시마숲!

다시마는 반대로 여름에 가장 무성해. 그치만 비슷하게 생긴 미역과 다르게 길게는 4~5년까지도 살 수 있는 여러해살이로 1년 내내 우리 바다생물들에게 안전한 생활터가 되어 주는 숲이야. 바다속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숲이고 어느 지역에 가든 한 군데씩 꼭 있어서 제일 친근한 숲이지. 내가 태어난 곳 근처에도 커다란 다시마 숲이 있었거든. 꼭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을 주는 편안한 숲이야.

그런데 말이야..
내가 왜 너희한테 이렇게 열심히 내 산책 코스를 소개해주고 있는 줄 알아?
난 요즘 예전처럼 바다숲 산책을 마음놓고 즐길 수가 없어졌어.

바로 너희 때문에!

산책 지도에 있는 이 모래지역들은 원래 모두 바다숲이었어.

그러니까..
바다숲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야!

산호정원이 모두 망가졌어.

이 산호정원은 원래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기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얼마 전 좋아하는 탱이에게 고백하려고 오랜만에 함께 갔다가 깜짝 놀랐어! 산호 색은 모두 하얘지고 풀 한 포기 안보이고.. 완전 폐허가 되어버려서 무서웠어. 바다유령이 나올 것 같더라니까.

성게들은 너무 배가 고프대.

하얀 석회가루들은 인간들이 지구를 오염시켜서 생겨난 거야. 바위나 바닥에 달라붙어서 해초와 해조류가 자라날 수 없게 만들지. 그러면 바다숲의 채소들을 먹이로 하는 다양한 바다친구들이 먹을 먹이가 없어져. 몇 마리 남은 성게들도 텅 빈 바닥만 쳐다본대.

물이 넘치는 사막이라니!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어? 바다 속에 사막이 있을 거라고 말이야. 인간들은 정말 대단하지.너희가 바다숲을 없애고 바다를 사막으로 만들고 있어. 너희가 맨몸으로 사막에 떨어지면 며칠도 살기 힘들듯,우리 바다 생물들도 이런 사막에선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어.

너희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대하지 마.
너희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에겐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거라구.
바다숲을 소홀히 하다간 결국엔 너희들도 큰 피해를 보게 될 거야.
앞으로도 이 좁은 지구에서 같이 잘 살아보자. 그럼 안녕!

매년 5월 10일은 바다식목일!

동가리가 즐겁게 산책할 수 있도록, 1000만종 이상의
바다생물들이 모두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매년 5월 10일에는 바다숲을 떠올려주세요.

동가리한테서 메세지 한 편이 도착했어요!
내용이 궁금하다면 클릭해서 확인해보세요.